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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서울 사람들이 만드는 서울 맛집 지도 "진짜서울"의 콘텐츠 큐레이션(1)

까막누아 2020. 7. 9. 13:26

*이 글은 진짜서울 이라는 플랫폼의 사용법이나 소개를 다루지 않습니다. 다루나?

사용법은 너무 쉽고, 소개는 나도 사실 이걸 사용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거든. 잘 몰라요.

 

 

이미지 출처: 진짜서울 제작자 thoutbox 선생님 인스타그램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 서비스가 딥러닝을 통해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바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나 유튜브에서 자주 보이는 광고들이다. 내가 방금 구글에서 찾은 검색어 몇 개가 인스타그램에서 바로 스폰서드 콘텐츠로 뜬다. 심지어 이번에 촬영 스튜디오에 새로 들여온 4K 캠을 보고 우와 우와 감탄사 몇 번을 연발하며 살펴보는 중에 인스타그램에서 그 캠코더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가 나왔을 정도. 내 스마트폰은 24시간을 나와 함께 있으면서 내 취향과 생각, 의식, 생활습관 그 모든 것을 살펴보고 그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이 관여를 나는 큐레이션이라고 하겠다.


큐레이터 Curator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재정 확보, 유물 관리, 자료 전시, 홍보 활동 따위를 하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

 

미술관에 찾아가면 간혹 큐레이터가 작품들을 설명해주는 시간을 안내하곤 한다. 혼자 조용하게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큐레이션 시간은 되도록 맞춰서 큐레이터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는다. 전문가의 식견에서 바라보는 미술작품은 더 많은 감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미술관 내방객들이 직접 큐레이터를 접하게 되는 일은 큐레이션을 하는 시간밖에 없어서인 탓인지, 큐레이터가 마냥 설명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위의 국어사전 인용에서 말하듯 큐레이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들을 한다. 언젠가 국립박물관에서 한 큐레이터가 그 자리에 놓여있던 전시 작품을 본인이 유럽에서 직접 공수해올 때 겪은 에피소드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작품을 소개하고, 직접 작품을 관리할 뿐 아니라 전시 자체의 성격도 큐레이터에게 달려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이제 큐레이션은 예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통용되고 있다.


큐레이션

경험을 쌓고, 정보를 수집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널리 전파하는 것.

"예술작품"이라는 말을 빼고 보면, 아니 그 말을 "콘텐츠"로 대체하면 큐레이션은 콘텐츠 마케터의 일이 된다.

아 일 얘기냐  아냐 들어봐

그리고 오늘 소개할 진짜서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서울의 콘텐츠 마케터가 된다.

 

 

 

해당 이미지를 클릭하면 진짜서울 사이트로 이동한다.

 

우리가 지도를 사용하는 이유는 과연 한 가지일까?

 

종이지도만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던 그 옛날에는(응애였을 적이다) 지도는 크게 두 가지 주된 사용 목적이 있었다.

 

"도착지로 가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해서"

"도착지를 찾기 위해서"

 

종이지도는 단숨에 이 답을 알아서 찾아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말 그래도 길을 찾아야 했다.(서칭)

하지만 지도 정보가 전자 시스템으로 이동하면서 사용자에게 소요되는 서칭의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지도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자신들을 꾸준히 이용할 수 있도록 단순한 정보의 나열을 넘어서 더 구체적으로 저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바뀌었다. 

 

지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앞서 말한 두 가지 목적에 따라 A-B 사이의 경로를 알려주는 네비게이팅, 적당한 도착지를 추천하는 큐레이팅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는 사용자가 원하는 구체적인 욕구에 맞춰 세분화된다.

 

"밀리지 않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경로"

-T맵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경로"

-카카오맵, 네이버맵

 

"현 위치 근처의 공적 마스크 판매처"

-카카오맵, 굿닥, 네이버맵

 

"당일치기로 데이트하기 좋은 서울 근교 여행지"

-데이트팝

 

"인기 있는 맛집 / 술집 / 치킨집 / 밥집"

-너무 많음... 망고플레이트, 뽈레 등

 

"TV 방송에 나왔던 바로 그 집"

-TV맛집

 

"여행지에서 묵을 수 있는 숙소"

-에어비앤비

 

"여행지에서의 이색 체험"

-마이리틀트립

 

(이렇게 쓰긴 했지만 서로 중복되기도 함)

 

그 중에서도 맛집 추천 앱은 정말 뭐가 그렇게 많은지. 

카카오맵, 네이버맵 등 네비게이팅 서비스로 시작한 지도앱과는 달리 이런 맛집앱들은 종이지도 시절의 본래 지도의 용도 중 네비게이팅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버리고 큐레이팅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용도을 콘텐츠로 변환시켰다. 꽤 흥미롭고 효율적인 선택이다. 

 


 

애증의 뽈레.
뽈레의 검색 화면.

 

진짜서울의 디자인에 대해 언급하기 이전에 그나마 가장 용도나 사용법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어플을 비교대상으로 알아보자. 뽈레는 간단히 소개하면 맛집 트위터다.

맛집을 찾을 때 카카오맵->망고플레이트->인스타그램->뽈레 순으로 어플을 전전하고 있었는데, 사실 이 어플에 조금 지쳐가고 있었다.

 

1. 이미지와 텍스트의 크기 비율이 맞지 않고, 이미지의 모서리 라운드 정도도 제각기 달라 눈이 피로해진다. 조금만 통일해줘...

2. 앱에 들어갔을 때 첫 화면이 항상 어색하다. 나는 이미 뽈레를 사용하고 있고, 사용법도 다 아는데 홈화면에서는 매번 튜토리얼을 보라는 내용이 떠 있다. 적응된 유저에게는 홈 화면이 불필요하기만 하다.

3. 랭킹이 뭐가 많다... 이 달의 탐험가, 이 달의 소셜랭킹, 무슨 분류의 맛집 랭킹, 실시간 인기 맛집, 음식 종류 별 랭킹... 이 경쟁구도가 점점 지치게 만든다. + 메인 텍스트로 무슨무슨 랭킹, 하고 알려주고 궁금한 사람은 눌러보면 되는데 굳이 한 화면에 그 내용들을 모두 보여준다. 나는 소셜랭킹 123위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아... 

4. 유저들이 내 입맛보다 한참 상위권에 속한 미식가들이다. 정말, 그냥 맛있다고 한 마디 하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5. 상단 메인 메뉴 텍스트부터가 거슬린다. 해당 메뉴에 들어갔을 때 제공하는 정보가 바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장소->위치, 아이템->분야, 사용자->랭킹 or 추천 등으로 바꾸는게 어떨지.

6. 업데이트는 언제 하나...?


회원가입하자마자 만들어본 나의 지도.

 

진짜서울을 사용해보니, 제작자분이 "무엇을 취할지보다 무엇을 뺄지를 고민하라"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애플의 전략을 따른 것 같다. 위에 소개한 다양한 지도앱들처럼, 진짜서울도 첫 번째 목적은 과감하게 버렸다. 그리고 버릴 수 있는 다른 것들도 최대한 버렸다. 또 그와중에 콘텐츠는 다양화했다. 욕심은 버리되 취할 건 취했다. 

 

진짜서울이 버린 것들

- 네비게이팅 시스템

- 별점, 평점 시스템

- 유저 간의 팔로우 시스템

- 상호명, 주소를 제외한 정보 제공 시스템 (메뉴, 가격, 외관 사진 등)

 

진짜서울이 취한 것들

- 간소화된 UI, UX (feat.S-core dream)

- 다양하고 구체화된 테마

- 유저들의 크라우드 소싱


버린 것들부터 차근차근 말해보자.

우선 지도 데이터, 네비게이팅, 별점 및 평점, 메뉴, 가격 등의 정보와 외관 이미지 등 모두 카카오와 연동해 불필요하게 사이트의 사이즈가 커지는 것을 방지했다. 그래서인지 페이지 로딩 속도와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되었을 때 적용 속도가 매우 빠르다. 회원가입도 카카오 연동을 해 두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스울 사람들의 급한 성격을 이미 잘 아는 듯 하다.

 

\진짜서울을 알고 나서 3분 만에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자, 그 사람이 5분 만에 테마를 만들었다. 다른 사람이 추가한 테마나 장소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저 간 팔로잉, 테마 즐겨찾기 시스템도 없다. (이건 아직 개발단계일 수도 있겠다) 팔로잉 기능은 블로그에서 시작해 다양한 SNS, 그 외 영상 등 다수의 콘텐츠 플랫폼(유튜브/비메오)에서 상업/비상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리뷰 어플들도 대부분 이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왓챠. 너무 당연하게 있어왔던 기능이라 없으면 어색할 수도 있다. 보통 팔로우/팔로잉 데이터를 다른 유저들에게도 공개해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킨다. 팔로잉 데이터는 곧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되고, 그들은 해당 플랫폼 안의 정보(콘텐츠)에 위계를 만들어낸다.

 

사용자가 적거나, 생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플랫폼들에 팔로잉 기능으로 인기 유저가 빠르게 탄생하면 플랫폼 성장에 있어서 역기능이 작용할 수 있다. 유저들의 적극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 한 줄, 별점 하나 간단하게 터치하는 것도 매우 귀찮아한다. 그런데 스스로의 데이터를 제공하기 이전에 이미 팔로우할 만한 다른 유저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이를 팔로우한다면? 그들은 데이터 제공을 멈추고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인플루언서의 큐레이션)만 소비하게 된다. 이 단점은 특히나 진짜서울과 같이 콘텐츠들을 온전히 유저들의 크라우딩으로 생산하는 플랫폼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이를 먼저 도입하지 않은 혜안 칭찬해..

 

아마 거의 모든 플랫폼 개발에 있어서 그러하듯, 업데이트할 기능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차근차근 변화하고 있는 듯 하다. 엊그제는 못 봤던 테마 색인 기능이 이번에 추가되기도 했으니까.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오픈베타의 묘미ㅎㅎ

 

*메인에 뜨는 추천 테마와 추천 큐레이터는 아직까지 개발자의 수작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오오..부지런하다.


별점, 평점이 없는데 어떻게 데이터 축적이 되나? 싶을텐데, 가능하더라.

그것도 베타 서비스로 운영 중인 지금 300명 이상의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1. 별점, 평점은 앞서 말한 카카오맵 연동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이나 메뉴, 가격정보도 마찬가지.

2. 진짜서울의 데이터는 "테마"만으로 축적된다.(큐레이션 기능에 한한 말이다. 바운더리도 따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후 성별, 연령, 지역 등 다양한 유저 데이터가 활용될 것 같다.)


진짜서울을 이용하는 즐거움은 테마에서 비롯된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1편 2편으로 나눠야겠다.

다음 편에서는

- 진짜서울이 "테마"를 다루는 방식

- 개선을 바라는 점

에 대해 써봐야겠다. 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추가로 쓰고. (급 마무리)